안녕하세요,
유로자전거나라 프랑스 류은혜 정부공인 가이드 입니다.
소개가 늦었지만,
아직 한 달여가 남은 좋은 전시가 있어 아래와 같이 안내 드립니다.
2월 27일 전까지 파리 여행 예정인 분들께 꼭 추천 드리며,
여행이 어렵거나 해당 전시회를 놓치신 분들께는 간단한 전시회 리뷰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루이뷔통, 로로 피아나, 베를루티, 모아나와 같은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최고의 럭셔리 사업 그룹인 LVMH (Moët Hennessy Louis Vuitton)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스페인 빌바오에 위치한 구겐하임 박물관을 방문하고 담당 건축가인 프랑크 게리에게 아주 오랜동안 구애하여 파리 16구, 그룹 사유지에 탄생한 루이뷔통 재단은 2007년 개관 이래 보통의 국립 박/미술관에 버금가는 고퀄리티 특별전을 개최해 매번 이슈가 되는 전시회에 많은 관람객들이 찾고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끝나고 또 폼나게 루이뷔통 재단이 야심차게 준비한 MONET-MITCHELL (모네-미첼) 전시회에 다녀왔는데요,
비+바람이 몰아치던 아주 파리스러운 날 첫 전시장에 들어 서자마자 바깥세상은 까마득히 잊게 만드는 그야말로 시선강탈 작품 앞에 넋을 잃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조안 미첼,
Minnesota (미네소타), 캔버스에 유화, 260.4x621.7 cm, 1980년, 루이뷔통 재단
전시회 제목을 통해 대부분의 관람객은 모네와 추상 표현주의 미국계 여류화가 미첼의 공통점을 찾는 전시회일 것이란 추측을 하죠.
하지만 해당 전시회가 특히나 흥미로운 이유는 실상 전혀 관계가 없는 두 화가의 작품들이
시각적으로 그리고 결국 두 작가의 표현방법이 분명 상통한다 생각해 "Le dialogue (대화, 조응)"라는 부제로 큐레이터들이 과감하게 감행한 전시회이기 때문입니다.

(중) 조안 미첼,
Quatuor II for Betsy Jolas (벳시 졸라스를 위한 콰투어 II), 캔버스에 유화, 279.4x680.7 cm, 1976년, 그르노블 박물관
(좌) 클로드 모네,
Saule pleureur et bassin aux nymphéas (수련이 있는 연못에 버드나무), 캔버스에 유화, 200x180 cm, 1916-1919 년, 마르모탕 미술관
(우) 클로드 모네,
Nymphéas (수련), 캔버스에 유화, 200x180 cm, 1916-1919 년, 마르모탕 미술관
(해당 전시 총괄 큐레이터인 Suzanne Pagé (수잔 파제)는 "상기 전시를 통해 추상적인 미첼의 작품이 모네의 두 작품과 조응하며 구체적인 작품으로 감상 가능합니다." 라고 전한다.)

조안 미첼
1925년, 그러니까 프랑스에 살던 모네가 사망하기 한 해 전, 미국 시카고 저명한 피부과 전문의이자 화가였던 아버지 그리고 시인인 어머니가 꾸린 유복하고 교양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미첼은 어려서부터 작품활동에 관심을 가졌고 18세가 되던 해 개인전을 개최 할 만큼 능력과 추진력을 고루 갖춘 여류화가 였습니다.
형태가 없는 대충 그려진 듯 한 작품이지만
늘 자연 풍경에 깊은 영감을 받고
보이는 즉시, 인상을 담는데 집중했던 인상주의 화가들, 모더니즘 화가들과는 달리
풍경을 이루던 소재들을 보고 난 이후 남은 "feeling (느낌)"에 더욱 집중해 수일, 수달, 혹은 수해에 걸쳐 그려진 작품들 입니다.
쉽게 설명 드리자면 들과 산, 나무와 꽃, 하천과 하늘이 하모니를 이루고 그려진 풍경화가 아닌
들, 산, 나무, 꽃 등의 개체들이 주는 느낌을 색채에 비중을 두어 그저 하나의 캔버스에 담아낸 작품 이죠!
사실 1950년대 부터 모네의 말기, 후기 작품의 스타일과 유사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던 미첼은
인터뷰에서 늘 대답 합니다. "제 작품 어디가 모네의 그것과 닮았다는 겁니까? 난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모네는 지베르니로 주거지를 옮기기 전 Vétheuil (베터이) 라는 곳에 머물렀는데요,
미첼이 말년을 바로 그 베터이에서 지냈답니다. 그것도 모네의 집 바로 위에 거주 했으며 길 이름은 심지어 모네 길 (avenue Claude Monet) 이랍니다.
모네는 끝까지 아니었던 미첼에게 깊은 영감을 준 화가는 바로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가 네덜란드 출신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에게 직접 영감을 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죠.
과감한 색채 사용과 표현 방법, 그리고 가감없는 감정을 화폭에 표현했던 작품 활동은 20세기 미국에 있던 여류 화가에게까지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조안 미첼,
No birds (새 없이), 캔버스에 유화, 220.3x396.9 cm, 1987-88년, 개인소장

빈센트 반 고흐,
Champ de blé aux corbeaux (까마귀 나는 밀밭), 캔버스에 유화, 50.5x100.5 cm, 1890년, 암스테르담 반 고흐 뮤지엄

조안 미첼,
Sans titre (무제), 캔버스에 유화, 260.4x468.6 cm, 1969년, 브루 왕립 수도원 박물관

빈센트 반 고흐,
Les tournesols (해바라기), 캔버스에 유화, 92x73 cm, 1888년, 뮌헨 피나코텍 미술관
"art immersif (체험형 예술)"의 일례로 들 수 있는 미첼의 대형 캔버스 작품들을 감상하면 화가의 몸짓, 붓질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 되었던 말년, 수차례 대수술을 거치며 힘있게 마무리 되던 붓터치가 아래로 쳐지는 모습 또한 볼 수 있습니다.
"action painting (움직임이 있는 작품활동)"으로 잘 알려진 작슨 폴록 또한 미첼, 프란츠 클라인, 윌렘 드 쿠닝, 마크 로스코와 함께 추상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랍니다.
추상표현주의 사조를 구성하는 유명 화가들 중 해당 전시를 통해 유럽에도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 시키게 된 여류화가 조안 미첼.
미술사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던 여류화가들의 존재와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되던 시기에 등장한 인물이라 제겐 더욱 흥미로운 전시회 산책 이었습니다.

조안 미첼,
Two Pianos (두 대의 피아노), 캔버스에 유화, 279.4x360.7 cm, 1980년, 개인소장
정말 거대한 캔버스 작품들이 만들어주는 '체험형 아트'를 경험하며 현란한 영상이나 음악이 아니라도 충분히 황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던 아주 특별하고 행복했던 시간을 여러분께 공유 합니다.
전시정보
루이뷔통 재단 (Fondation Louis Vuitton)
8, avenue de Mahatma Gandhi 75116 Paris
월, 수, 목 11AM-08PM
금 11AM-09PM
토, 일 09AM-08PM
화요일 휴관
성인 16 유로, 18세 미만 5 유로
인터넷 입장 예약 권장 (
https://www.fondationlouisvuitton.fr/en/billetterie)
메인사진 출처
Sortir à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