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나섰다. 대단하지 않지만 대수롭지도 않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선택은 무턱대고 비행기표를 예매하며 시작되었다. 그리고 여유가 생겨 여행의 일정을 고민하니 예전 같은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 한때 모든 발걸음을 계획했던 대문자 J 도 세파에 시달리며 꺾이고 부러져 몽글몽글해진 모양이다.
가만 보자. 유로자전거가 있지 않나? 이십 몇 년 전 이탈리아의 어디, 십 몇 년 전 스페인의 어디에서 잠시 이용했던 기억이 생각났고, 아직도 그 컨셉을 유지하고 있다면… 어라? 패키지도 있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개인주의자며 자유론자의 지향…이고 나발이고 만사가 귀찮았고 갑자기 일이 몰려 바빠지며… 에라. 모르겠다. 유로자전거나라의 튀르키예 상품 거의 전부를 예약하고 만 것이다. 될대로 되라지 뭐.
인생은 반드시 꼬이기 마련이다. 늘 현금 다발을 선호하는 중년의 사내에게 회사의 어린 동료가 말해줬다. 에이. 누가 요즘 현금을 들고 다녀요. 트래블카드로 그때그때 찾아서 쓰죠. 빌어먹을. 공항에서 바빠 바로 시내로 와 유로화를 인출하려 하니, 안된다. 투어 비용의 결제를 유로화로 해야 하는데…
어떻게 했냐고? 내 지론이 천재지변에 역병이 창궐해도 그러거나 말거나다. 유로자전거나라의 카톡에 상황을 설명하니 이러저러한 해결책을 알려주었다. 오호. 그렇다면 뭐 이제 슬슬 튀르키예를 즐겨 볼까나?
아참. 이 글 후기지? 그럼 각설하고… 이스탄불집중투어를 마치고 일찍 숙소로 와 자고 월요일 아침 일찍 시르케지역에 모이니 딱 봐도 고참 가이드로 보이는 분(이 분이 튀르키예 지점장이더라)과 대가족 하나 중가족 하나에 소가족 여럿이 있었다. 거기에 쭈빗쭈빗 발 뒤축만 차며 따라가는 처량하고 외롭지만 자유로운 영혼 하나. 그렇게 투어 버스가 출발했다. 꿈도 가득, 기대도 듬뿍, 심지어 시원한 생수도 가득 싣고.
기록하기 좋아하는 조선의 여행자는 그 이후의 일정과 사건을 양피지에 고이 적어 쌍봉 낙타의 혹 중간에 걸어 이스탄불까지 다시 지고 가지만… 이거 여기에 풀면 호기심 가득한 다른 여행자에겐 스포가 될 수도 있는지라. 직접 체험하고 말하시라. 내가 튀르키예 레알팩에 왔노라. 보았노라. 충분히 만족했노라. 단언컨대 그 선택에 후회가 없으리라.
시간을 통해 삶이 세상에 울리는 메아리를 얘기하는 튀르키예의 문호 오르한 파묵이 그랬던가? “우리는 카페에 가서 책을 다시 읽고 몇 시간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건 사랑이었어.“ 저녁 7시에 시작한 마지막날 만찬은 장장… 일정 전체를 관리한 최동훈 지점장님의 다음 투어에서의 건강 관리를 위해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다만 하나는 말할 수 있다. 우린 책 대신 술을 택했다고. 라마단이 끝나는 날인 듯 우린 4일동안 참았던 음주와 대화의 바다에 풍덩...
같이 움직였던 여행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를 이끈 최동훈지점장님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유로자전거나라 튀르키예 지점은 진정 여행에 성실했고 고객에 진심이었다.
팁 둘.
하나. 카파도니아의 호텔엔 체중계가 있다. 사용해보면 고장 같지만 밑면의 건전지가 살짝 빠져있어서다. 제대로 결합하면 사용 가능하다.
둘. 그렇다고 체중을 재선 안된다. 그 호텔 음식 맛있다. 아니 전 과정의 음식이 좋아 체중계에 오르면 뒤를 돌아보게 된다. 누가 뒤에서 발을 걸쳤나?
god 가 그랬지 아마.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자신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마지막 일정인 6일째 카파도니아를 출발한 버스는 대략 7백 몇 십 킬로를 달려 이스탄불로 가는 중이다. 쏜살같이 지난 5일을 지나 이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함께 한 모든 이들의 앞날이 평화롭고 행복하시길. 언젠가 이 분들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결심을 한다.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 god 의 ‘길’